'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인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이재영다영(25) 자매의 아버지 이주형(58)씨가 15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전한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그는 "그제(13일) 큰애(이재영)한테서 문자가 왔다"며 "극단적 선택 등을 할까 봐 며칠간 잠을 설쳤는데 아이들이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씨는 쌍둥이 자매가 자신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시작할 수 있다면 밑바닥에서 다시 한번 해보겠다"며 배구를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고 했다.
Q : 쌍둥이가 정점에 있을 때 논란이 불거졌다.
A : "평소 '너희는 프로다. 프로는 상품 가치도 높여야 하지만 몸가짐 등 모든 걸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잘해 와서 그런 줄만 알고 살았는데 이런 일이 터져 당혹스럽다. 평소 재영이와 다영이가 (익산에) 오기도 하고 서로 왔다갔다 하며 늘 통화하며 지낸다."
Q : '학폭 논란'이 불거진 뒤 쌍둥이와 통화해 봤나.
A : "둘에게 무슨 일이 날 것 같아 바로 연락했다. 울기만 했다. 거기(학폭 논란)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그래서 '마음을 추스르라'고만 했다. 며칠 있다가 팀에서 나왔다고 하더라."
Q : 쌍둥이는 어떤 상태인가. 배구는 계속 한다고 하나.
A : "그제(13일) 큰애(이재영)한테서 문자가 왔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행동에 대해 벌을 받는 것 같다. 비판을 받아들이고 앞으로는 정말 바르게 살겠다. 많이 반성한다'는 내용이었다."
Q : 쌍둥이의 선수 생명을 놓고 논란이 많다.
A : "요즘은 누구나 과거 잘못했던 일이 나오면 전부 내려놔야 한다. 그래도 당사자가 진심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한다면 한 번 정도는 용서하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Q : 피해자들에게 어떤 마음이 드나.
A : "미안한 마음뿐이다. 저도 운동을 해봤으니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 알지 않나.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을 거다. 어리니까 말을 못했을 수도 있다. '말 못할 고통 속에 살았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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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감독과 팀닥터, 동료선수들로부터 가혹행위 피해를 입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 고교 아이스하키 팀에서는 감독이 선수를 아이스하키채로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경찰이 이를 수사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다영·재영 자매 사건과 관련, 한국배구연맹·대한배구협회와 협의해 선수 처벌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선수 자매의 과거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조사나 행정 처벌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 관계자는 "규정상 (보조금 횡령 등의) 정관 위배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사무 감사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학교 폭력이 밝혀지더라도 현재로서는 참가 제한 등의 처분이 명확히 규약에 없다"고 말했다.
스포츠윤리센터로 신고가 들어온다면 조사할 수도 있지만 센터 측은 "아직 해당 사건에 대한 신고접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교육부 역시 "학생선수의 폭력은 관련 법(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으로 처분하는데, 해당 사안은 법이 만들어지기 전의 일이라 처벌이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운동부 폭력, 어릴 때부터 대물림… 인권 감수성 길러야
운동부 내 폭력은 선수들이 학생 시절 때부터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학생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 감수성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교육부는 고 최숙현 선수의 사망 이후 학생선수 인권보호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방안은 △폭력피해 전수조사 연 1회 이상 실시 △운동부 시설 내 CCTV 설치 △지도자 징계양정기준 마련 △연 1회 인권교육 의무화 등이 주된 내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경기실적 확보를 위한 무리한 훈련 과정에서 학생선수에 대한 폭력, 학습권 박탈 등 인권침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며 "학생선수 인권증진을 위해서는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풍토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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