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실종됐다 닷새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사망당시 22)의 사망 경위를 놓고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경찰이 진행한 첫 브리핑 이후에도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갖가지 루머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경찰은 추측에 대응하기보다 목격자 진술과 영상 증거 등을 토대로 사고(사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A씨의 가족이 그의 신발을 버린 CCTV를 확보해 조사 중이다. 정민씨 실종 당일 A씨가 신었던 신발이다.
정민씨 아버지 손현씨(50)는 이를 두고 의혹을 제기했다. 손씨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A씨의 아버지는 통화에서 "신발이 더러워져서 아내가 버렸다"고 했다. 하지만 CCTV 속 신발을 버린 가족은 다른 가족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민 씨의 휴대폰에 남은 마지막 영상에 등장하는 대화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다.
손씨에 따르면 영상 속에서 정민씨는 A씨에게 "골든 건은 네가 잘못했어, 솔직히"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은 '골든'의 의미가 △의대생들 사이 시험을 망쳤을 때 쓰는 은어 △정민씨가 평소 즐겼던 게임에 등장하는 단어라는 추측을 내놨다.
아직 A씨의 휴대폰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의문 해소를 어렵게 한다 . 정민씨의 실종 당일 A씨는 정민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집으로 갔고, 아이폰으로 알려진 A씨의 휴대전화는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지난 1일부터 A씨의 휴대폰을을 확보하기 위해 한강 일대를 수색 중이다. 서초경찰서, 한강경찰대 등 평균 30여명을 투입했으며, 민간구조사, 자원봉사자들도 동참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서 루머 확산…경찰은 신중론
인터넷 공간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추측이 제3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앞서 A 씨의 삼촌으로 전직 경찰 간부가, A 씨의 아버지의 직장으로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이 특정됐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8일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A씨 아버지의 개인병원을 추정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후 누리꾼들이 지도 앱에 해당 병원에 대한 악평을 남기고, 별점 1점을 주는 '별점 테러'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 병원 홈페이지는 접속이 불가한 상태다.
이같은 각종 의혹과 별개로 경찰은 현재 정민씨와 동시간대 있었던 목격자 7명(5개 그룹)의 참고인 조사를 마친 상태다. 목격자 중엔 당시 상황을 일관되게 진술하는 이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민씨의 실종 추정 시간인 지난달 25일 오전 3시부터 4시30분 사이 A씨의 동선도 상당 부분 파악했다. A씨가 귀가하던 길에 탑승한 택시의 운전기사 진술도 확보했다. 실종 장소 인근의 CCTV 54대와 당시 한강공원을 출입했던 차량 133대의 블랙박스도 확인해 분석 중이다.
최대 분수령은 A 씨에 대한 직접 조사가 될 전망이다. 경찰은 A씨를 불러 조사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를 하더라도 비공개로 진행하고 사후 조사 사실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눈비와도 매일 한강에서 투신자 구하는 훈련
**언제부터 구조견을 키우셨나.
“4년 전부터. 처음엔 한강에 투신한 사람들을 구조하려는 목적이었다. 투신 사건이 발생하면 골든 타임이 5분을 넘지 않는다. 항상 5분 안에 구조한다는 마음으로 훈련했다.”
**수중 구조 훈련은 어떻게 하나.
“야간에 투신 사건이 자주 발생하니까 주로 밤에 훈련한다. 칠흑 같은 밤에 테니스공을 강으로 던지면 오투가 공을 물고 나온다. 수심이 깊고 차가운 강물에서 그렇게 빨리 헤엄치기가 쉽지 않다. 비 오는 날에도, 영하 10도의 추운 날에도 빠지지 않고 매일 훈련했다.”
**영하 10도의 강물에 들어가도 괜찮은가.
“학대 아니냐고, 신고도 많이 당했다. 말리노이즈 견종은 털이 방수 코트 역할을 해서 탈탈 털면 금방 말라버린다.”
**신고를 한다고?
“오투가 크고 무섭게 생겨서 신고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욕하시는 분도 있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하루는 119 구조 차량이 삐뽀삐뽀 울리면서 달려왔다. ‘한강에 늑대가 나타나서 시민을 위협하고 있다’고 신고가 들어왔다더라. 훈련보다 그런 선입견이 힘들었다.”
** “단 한 명이라도 돕고싶었다”
올해 네 살인 오투는 35~40kg 정도 되는 큰 개다. 차씨는 “사람을 잘 따르고 활발한 성격이지만, 훈련만 하면 눈빛이 달라질 정도로 집중력이 좋다”고 했다. 고양에서 실종된 발달장애인 장준호씨 사건 때도 차씨는 오투와 함께 한강 인근을 수색했다. “당시엔 영하 13도에 눈까지 내려서 고생을 많이 했다. 방한복을 입고 갔는데도 풀밭의 도깨비바늘 수백 개가 박혀 옷을 버려야 했다.”
**민간구조사들은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고 출동하나.
“연락이 먼저 오진 않는다. 보통은 실종 뉴스를 보고 찾아가거나, 한강에 수상구조선이 떠 있을 때 실종자 수색을 돕는다.”
**구조 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을 제안한다면?
“현장에서 수색견 한 마리가 열 사람, 스무 사람 이상의 몫을 한다.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수색견을 적극 투입해야 한다.”
**공원 관리 소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안 그래도 지난주에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해놨다. 사고 현장 부근에 위험천만한 시설물이 많았다. 배수로 근처에 땅이 푹 꺼지는 부분이 있는데 주변에 경고문 하나 없더라. 깜깜한 밤에 발을 잘못 헛디디면 바로 추락할 수 있다.”
**보수도 없이 열심히 구조 활동을 하는 이유가 있나.
“나이 50 넘게 살았는데, 세상에 기여한 게 하나도 없더라. 그나마 개를 좋아하고 훈련시키는 재주가 있어서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그걸 보고 구조견 이름을 산소라는 뜻의 ‘오투’로 짓고 활동을 시작했다. 단 한 명이라도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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