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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배우들은 왜, 어디로 갔을까? 연예인 걱정이 제일 쓸데 없는 일? 가해자의 실명이 나오면 해결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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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n1989 2021. 9. 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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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소리 없이 사라진 배우들이 있다. 배우가 되기도 힘들지만 롱런하기도 어렵다. 그 때 그 배우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인기가 없어져서, 트렌드가 바뀌어서 대중의 뇌리에서 잊혀지기도 하지만 자발적으로 연예계를 떠나거나 은퇴한 사람도 있다.

**사라진 배우들은 왜, 어디로 갔을까 

 

최근 배우 허이재가 유튜브 웨이랜드 에서 나눈 이야기를 보면,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허이재는 2016년 드라마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는 영화 <해바라기> 드라마 <궁S> 등으로 인기를 모으며 ‘포스트 김태희’라 불리던 배우였다. 하지만 그가 겪은 촬영장은 참담했다. 

 

허이재는 크레용팝 웨이와 함께 배우 시절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한 드라마에 함께 출연했다. 허이재는 주연배우였고, 웨이는 첫 연기도전이었다.

 웨이는 첫 드라마라 아무것도 몰랐고, 물어볼 사람도 없었는데 허이재가 조용히 다가와 친절하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며, 그 때의 고마움과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했다.

 

 웨이는 첫 드라마의 공포를 잊지 못한다. 대선배라 불리던 배우는 모두가 다 들리게 “아이돌 출신 애가 하나 와있는데 밥차 하나를 안 돌린다”고 큰 소리로 통화했고, 동료 배우는 카메라가 없을 때면 투명인간 취급했다. 

 

허이재는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그는 갑자기 머리를 자르는 장면이 추가돼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기도 했고, 뺨을 맞는 장면에서 선배 배우가 알반지를 끼고 안면을 가격하기도 했으며, 머리채가 잡히는 장면에서는 선배의 요청으로 머리채를 잡힌 채로 휴식시간을 가져야 하기도 했다.

 **촬영현장에서 일어나는 가스라이팅 

 

그럼에도 버텼던 그가 결정적으로 은퇴를 결정한 계기는 함께 출연하던 남자 배우의 폭력 때문이었다.

 

 그는 허이재에게 사적인 만남, 성적인 관계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촬영장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책임을 허이재에게 돌렸다. 감독도, CP도 모두 남자 배우의 심기를 살피는데만 급급했다.

허이재는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내가 이상한 건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됐다. 밀폐된 촬영현장에서 일어난 대규모 가스라이팅이었다.

 

 유튜브가 공개된 후 많은 이들이 충격에 빠졌다.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연예계의 민낯을 보고 충격에 빠진 대중과 이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된 배우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응원과 움직임이었다.

 

 다른 한 쪽에서는 (주로 언론에서는) 상대 남자 배우를 찾는데 혈안이 됐다. 심지어 ‘허이재에게 실명을 밝히라’는 노골적인 요구도 있었다. 상대 배우로 지목된 이의 팬클럽에서는 허이재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위협적인 반응도 보였다.

 이는 가스라이팅에 이은 전형적인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고, 증거를 밝힐 것까지 요구한다. 정작 허이재와 웨이의 영상에는 응원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어린 나이에 겪었을 그의 고통이 참담해서다. 이는 당시 그가 성숙했는가, 미숙했는가와는 별개의 문제다. 허이재는 스무 살에 데뷔해 서른이 되기 전에 은퇴를 생각했다.

 

**동종업계 종사자들은 그런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여기에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공감이 뒤를 이었다. 업계에서 활동하던 스타일리스트, 조연배우, 스태프 등은 자신의 유튜브와 SNS, 댓글로 “허이재의 말이 허언이 아니다. 이런 일은 정말 비일비재하다. 이제야 알려진 것 뿐”이라고 증언했다.

 

 2000년대에도 이런 일이 버젓이 일어난다. 배우로 수 십년을 살아온 중견 배우들도 자신의 어린 시절 잔혹사를 털어놓는다. 김영란은 <같이 삽시다>에 출연해 어린 시절 노출신을 촬영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처녀의 성’이라는 영화를 찍었다. 5월에 계곡 물 속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었다. 카메라가 뒤쪽에 있었는데, 상의를 벗으라고 했다. (당시 감독이) 벗어도 뒷모습만 나온다더라. 그런데 스틸맨이 먼저 가서 풀숲에 숨어 있다가 내 앞모습을 찍었다. 일주일 동안 울었다. 그땐 너무 어렸다”고 말했다.

 

**연예인 걱정이 제일 쓸데 없는 일? 

 

 김영란은 "그게 울일이냐, 배우인데?"라고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건 울 일이다. 배우 이미숙 역시, 어린 시절 영화 현장에서 대본에도 없는 노출신이나 러브신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가 머뭇거리면 감독이 한 숨을 쉬거나 화를 내거나, 촬영을 중단하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었다. 그러면 다른 도리가 없었다고 했다.

 수십 년 전이나, 현재나 배우를 둘러싼 현재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연예인 걱정이 가장 쓸데 없는 일’이라고 한다. 웨이와 허이재가 촬영한 동영상 중에는 “연예인이 강철멘탈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자막이 붙었다. 

 

과연 이는 개인의 정신 승리로 해결해야 할 문제일까. 지금도 숱한 별이 뜨고 진다. 이들의 안부는 모두 무사한가. 여배우의 잔혹한 노동환경을 진심으로 걱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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