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아주 가끔 반복적으로 석광렬이라는 배우가 떠오르곤 한다. 짙은 눈썹과 큰눈, 호리호리하지만 다부진 몸짓, 표면적으로 기억하는 그의 외모와 그를 둘러싼 안타까운 사연이 떠오를때면 어김없이 그가 만약에 살아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을 수반하는 회상이 현실의 상상으로 귀결된다.
석광렬은 누구인가?
먼저 그런 가정전에 석광렬!! 혹자들에게는 추억의 이름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는 '석광렬? 누구?'라는 반응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짧게 그를 소개하자면, 석광렬은 80년대말 CF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하여 93년 KBS드라마 '금요일의여인'과 94년 '한쪽눈을감아요', '남자는외로워' 에 연이어 출연하고 옴파로스CF의 메인모델로 얼굴을 알리며 당시 가장 돋보이는 연기자 중 한명이었다.
스물여섯의 나이였다. 7월 25일 새벽, 촬영을 마치고 귀가하던 석광렬은 올림픽대로에서 운전 부주의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고 승용차가 전복되어 중상을 입었다. 혼수상태에 빠진 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그는 갑작스런 상태 악화로 31일 오전 뇌사 판정을 받았고, 매니저로부터 그가 생전에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혀 왔음을 알게 된 가족들 역시 장기 이식에 동의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8월 1일에는 석광렬의 심장, 간, 췌장, 신장, 각막 등이 장기이식수술을 통해 7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했다. 짧은 생, 아쉬운 죽음이었지만 그로 인해 장기 기증이 사회적 이슈가 되자 이후 몇 개월간 기증자가 크게 늘기도 했다.
당시 이 비극적인 소식은 연예계와 대중들에게 큰 충격으로 남았는데 그의 안타까운 죽음과 함께 그가 생을 마감하며 장기기증을 통해 새생명을 구한 선행이 알려지면서 그의 사고를 둘러싼 팬들과 대중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었다.
한편 멋지고 훌륭했던 배우 석광렬!! 그런 그가 그날의 비극적인 사고가 아닌 정상적인 생을 살며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어땠을까. 이번 포스팅은 바로 그런 가정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어쩌면 큰 비약일수도 있지만 한류스타로 성장하고 헐리웃까지 진출하여 자신의 주가를 더욱 높이고 있는 배우가 이병헌이 아닌 석광렬이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누군가의 부재로 인해 다른이가 혜택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배우 이병헌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방송사를 통해 데뷔한 배우로써 석광렬 그는 대중에 대한 어필이미지와 배역의 선택을 놓고 이병헌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든다.
개인적으로 그만큼 석광렬과 이병헌은 비슷한 구석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악역으로의 변신을 통해 또다른 배우 이병헌의 모습을 만들고 있지만 이병헌이 그동안 보여준 선량하고 정의로운 이미지, 비극적 운명에 맞써 곧고 자신감있게 헤쳐나가는 모습의 배역들은 절묘하게도 과거 석광렬의 모습으로 필자에게는 오버랩된다.
특히나 이병헌 특유의 온화하면서도 위트를 수반하는 미소는 석광렬의 그것과 너무 닮아있기에 그렇다.
또한 석광렬 그가 생을 이어서 살았다면 이병헌을 포함하여 최재성 박상원 김민종 장동건 등 당대 최고의 인기스타이자 배우들과 멋진 연기대결도 가능했으리라고 보는데 만약 그렇게 되었더라면 우리는 과거 더 많고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을테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못해 아쉬움이 너무도 크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지 20년이나 되었음에도 그의 크고 그렁그렁한 눈빛과 심지굳은 목소리 톤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다행이란 생각이든다.
배우로써 연예인으로써의 의미뿐 아니라 동시대에 한 인격체로써 정말 멋진 사람을 알았었다는 자부심같은 것이다. 석광렬 그를 보면 영원히 산다는 것의 의미를 여러모로 다시금 생각하게 되며 숭고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시사하는바가 큰 것 같다.
그래서 배우로써 그는 자신의 꿈을 미쳐 크게 펼쳐보이진 못했지만 26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면서도 이미 많은 것을 이루고 떠난 '인간 석광렬'로 남았다.
어린시절 그의 사건과 관련한 미디어의 소식을 접하며 어렴풋한 존경심을 가졌던 소년은 이제 떠난 그보다 더 많아진 나이에 그가 미쳐 경험하지 못한 시간의 행운을 가지며 살고 있지만 과연 석광렬 '그'만큼 훌륭한 인간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반문하게 되는 지금 심정은 그에 대한 미안함과 필자 자신에 대한 불만족에 기인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장기기증이 살린 다른 7명의 생명과 여전히 그를 기억하는 팬들을 남긴 그의 26년의 짧은 생이 오늘도 필자의 내일을 조금 더 밝혀주고 힘을주는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그의 선물과도 같은 것이리라 생각한다. 오늘도 그에게서 또 하나 삶의 의미를 배우며 내일의 감사함을 가슴속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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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를 향유했던 각종 드라마 OST로 큰 사랑을 받았던 가수 홍종명은 2012면 12월28일 뇌출혈로 쓰러진 후 뇌사판정을 받았다. 가족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고인의 생전 뜻에 따라 장기기증에 동의했고 8명이 새 생명을 얻게 됐다.
유명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의 사별한 부인 나타샤 리차드슨도 나눔을 실천한 뒤 숨을 거뒀다. 2009년 3월 스키 사고로 뇌손상을 입고 뇌사상태에 빠진 배우 나타샤 리차드슨의 유족은 고인의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하고 간, 심장, 신장을 기증하는데 동의했다. 리암 니슨은 이에 대해 “나타샤는 세 사람을 살리고 떠났다. 정말 멋진 일이다. 그녀가 알았더라면 무척 기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기기증의 뜻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활동 당시 선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배우 정다빈은 사후 각막기증과 뇌사 시 장기기증에 서약했었다. 하지만 2007년 2월10일 그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당시 사망 소식이 늦게 알려져 장기기증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각막의 경우 사후 4시간 이내에 수술해야 기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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