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1)씨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이 목격자를 찾고 있다. 실종 당일 오전 3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2시간 가량의 손씨 행적을 파악하는 게 사인 규명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2일 서울 용산경찰서와 서초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손씨와 관련, 목격자를 찾는 등 사망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1일 손씨의 사망 경위 등을 밝히고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
그날 오전 4시30분쯤 빠르게 뛰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세 명의 남성 역시 손씨 행적을 파악할 중요한 참고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신원을 파악 중이다. 앞서 서울신문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GS25 한강반포1호점 편의점 옆 자전거 대여소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남성 세 명의 모습이 찍혔다. 1분5초 분량의 영상에서 세 명의 남성은 한강 변 도로를 따라 뛰어가고 있다.
실종 당일 손씨와 친구 A씨를 한강공원에서 목격한 증인 3명의 공통된 진술은 오전 3시40분 이후 두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전 3시 30분은 손씨가 다른 공원 방문객에게 마지막으로 목격된 시점이고, 오전 5시 30분은 귀가했던 A씨가 부모와 함께 공원으로 돌아와 손씨 실종 사실을 파악한 때다.
손씨의 집은 한강공원에서 10분 이내의 거리였고, 손씨의 부모는 오전 5시 30분에 연락을 받자마자 5시 40분에 빠르게 한강 공원에 도착해서 손씨의 휴대폰을 전달 받았다. 친구 A씨는 사건 당일에 신었던 신발을 버렸다. 친구 A씨가 왜 그날 신었던 신발을 제출하지 않는지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손씨 아버지는 “신발을 물어보니 버렸답니다”라고 답변했다.
친구 A씨는 손씨 실종 당일 오전 3시30분쯤 본인 휴대폰으로 자신의 부모와 통화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지만, 손씨 휴대폰을 들고 귀가했다. A씨의 휴대폰은 실종 현장 주변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지난달 30일 손씨가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 소지품에도 없었다.
국과수는 지난 1일 “시신의 부패가 진행돼 육안으로는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다”는 1차 구두소견을 냈고, 손씨 왼쪽 귀 뒷부분에 손가락 두마디 크기의 자상이 두개 있지만,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라는 소견을 밝혔다.
경찰은 정밀 부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2주 이상 걸릴 걸로 보고, 손씨의 마지막 행적을 찾기 위한 주변 CCTV 확인과 휴대전화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사망추정 시간인 지난달 25일 오전 2시부터 4시 반 사이 손씨를 목격한 사람을 수소문하고 있다.
손씨 아버지는 “중요한 건 아들의 상처가 어디서 생겼는지가 아니라, 아들이 왜 물에 빠졌느냐를 밝히는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 물속으로 가게 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병원 장례식장에는 손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조문객들이 계속 찾아오고 있다.
아들의 장례를 치르고 있는 손씨의 아버지는 “한강물속에서 혼자 외로웠을 아들을 생각하면 괴롭지만 예쁘게 입관을 해줬다”고 말했다. 손씨의 어머니는 “저희 아들을 찾으려고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의 사망 경위를 두고 여러 추측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상에서는 손씨 실종 당일 함께 있던 친구 A씨가 손씨를 업은 걸로 보이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6일 온라인상에는 손씨가 실종됐던 지난달 25일 오전 4시30분쯤 서울 반포한강공원의 한 편의점 옆 자전거대여소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찍힌 1분5초 길이의 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남성 3명이 한강변 도로를 따라 뛰어가는 장면이 담겼다. 이들은 중·고등학생들로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누리꾼들은 해당 영상을 두고 또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영상 속 맨 뒤에 잡힌 사람의 모습이 손씨와 A씨 같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빨간 동그라미 영상만 볼 땐 좀 애매했는데, 하얀 동그라미랑 정지화면 보니까 A씨가 정민씨를 업은 것 같다"며 "편의점에서 찍힌 사진과 비교해도 실루엣이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일 손씨가 입고 있던 상의에는 얼룩이 있고, A씨의 상의는 하얀색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옷을 보니 맞는 것 같다. 기어가는 건 아니고 들쳐매고 가는 듯", "화질 흐려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소설 좀 그만 쓰자"는 등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힌 것으로 보이는 검은 부분에 대해서는 화질 노이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앞서 서울 한 의대 본과 1학년 재학생 손정민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0시30분쯤 집을 나서 친구 A씨와 반포한강공원 잔디밭에서 술을 먹다가 실종됐다. 이후 실종 엿새 만인 30일 한강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A씨는 손씨와 함께 한강공원에서 술 취해 잠이 들었다가 지난달 25일 오전 4시30분쯤 자신의 휴대전화(애플 아이폰) 대신 정민씨의 휴대전화(삼성 갤럭시)를 가지고 홀로 귀가했다. A씨는 술에 취해 손씨의 휴대폰을 실수로 가져왔다고 했다.
A씨 휴대전화는 이날 오전 6시30분쯤 기지국과 연결이 끊긴 뒤 전원이 꺼졌다. 휴대전화 위치는 손씨의 실종 장소 주변으로 파악됐다. 현재 A씨 휴대전화는 손씨의 숨지기 전 행적과 사인을 규명할 유력한 증거로 꼽히고 있다.
한편 지난 4일 민간구조사 차종욱씨가 한강에서 발견한 아이폰과, 5일 민간수색팀 아톰이 발견한 또다른 아이폰은 모두 A씨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A씨 휴대폰은 '아이폰8 스페이스 그레이' 기종"이라며 "휴대폰 확보를 위해 강변과 수중 수색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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